2020년 11월 3일 화요일

시몬 신부의 사목 연구소 DAY 04

 

사람들은 참 저를 편안해합니다.

말도 크지 않고, 조용하고, 차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체격이 작고 웃는 얼굴이라 길을 가면 그냥 가지질 않습니다.

길을 물어오는 사람, 부탁하는 사람 등, 그래서 저희 딸은 '아빠랑 다니면 절대 그런 일이 없는데, 엄마랑 다니면 사람들이 꼬인다'라고 표현합니다. '오늘도 꼬였군!' 하며 놀립니다^^

요즘은 마스크를 쓰고 다니기에 그런 일이 잘 없어 다행히라고 해야할지요?

 

그런데, 이건 저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거나 친하지 않은 사람들입니다. 단지, 제가 낯을 가리는 것입니다.

친하다 싶으면 크게 웃고, 만나서 반가운 마음에 신나서 크게 말하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분위기 메이커 역활도 자청합니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요^^

친한 사람에게는 스스럼없이 제 감정을 표현합니다.

 

사람들은 처음에 절 어설프게 봅니다. 말주변이 없어 더 어설프게 보입니다.

하지만, 저와 일을 같이 했거나 친한 사람들은 압니다.

그렇지 않다는 것을요.

제가 맡은 바 책임을 다하고, 하고자 하면 어떻게든 해냅니다.

일도 마찬가지고, 다른 면에서도 그렇습니다.

처음에 배우며 어렵게 느껴지던 것, 예를 들면 스키, 스노우보드를 함께 배운 친구들은 다 중간에 포기를 했지만 어떻게든 끝까지 해내 즐기는 단계까지 갔습니다.

승부욕이 강한 제 자신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뭐든 앞서나가야 마음이 편안했습니다. 지금은 봉사하며 이런 마음을 많이 내려놓았지만요^^

직장인이 되어서는 기계를 좋아해 월급으로 컴퓨터나 디지털 관련 신제품을 구입해 체험해보곤 했습니다. 지금은 그렇진 않지만, 새로운 걸 접하는 게 재밌습니다.

결혼 전까지 저희 집에 모든 기계는 제 손을 거쳐 갔는데, 지금은 저보다 기계를 더 잘 다루는 사람과 같이 살다보니 그 분야는 손을 놓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기계를 다루는 걸 좋아는 합니다. 

 

학부모가 돼서, 특히 출산 후에는 여러 모로 실력이 녹슨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아이가 수녀님께서 운영하시는 어린이집을 다녔는데, 그때 운동회에서 평소에 저를 얌전하게 보셨던 수녀님들께서 학부모 달리기 때 앞서나가는 저를 보시고 그렇게 잘 뛰는 줄 몰랐다고 놀라워하며 말하셨고, 아이가 초등학교 때도 학부모 운동회 달리기에서 일등하는 것을 본 학부모님들이 많이 놀라워했습니다. 

제가 행동이 빠릿빠릿해서 스타트가 남들보다 빠른 게 비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활동적인 운동을 좋아해 인라인 동호회에 들어 활동했었고, 클라이밍도 하고, 스쿠버 다이빙과 합기도도 최근까지 해왔습니다.

다이빙과 합기도는 지금도 계속하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몸을 사리고 있습니다^^

 

성당에서는 학부모로 봉사를 뭣모르고 즐겁게 해나가다가 여러가지 안좋은 점을 보게 됐습니다.

'난 저러지 말아야지' 생각해서 봉사하면서 개선해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회계도 투명하게 해나갔고, 내역은 공개로 돌렸습니다.

그동안 회계는 임원진들만의 세계였는데, 봉사하는 분들이 모두 볼 수 있게 했습니다.

첫영성체 교사 대표를 하고 있을 때 매번 교리 때 어린이들에게 동영상을 틀어 줄 때마다 줄이 치렁치렁하게 긴 스피커를 선생님들이 가지고 다니는 것이 안타까워 교감 선생님께 요청해 무선 스피커를 사서 선생님들이 교리를 조금이라도 편하게 할 수 있게 했습니다. 교사 복지를 우선으로 생각하며, 선생님들이 즐겁고 기쁘게 봉사할 분위기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여기까지는 좋았는데, 아이가 가입한 봉사 단체가 점점 안좋은 모습으로 가게 되니 그저 지켜만 볼 수 없었습니다.  

임원진들에 대한 불만이 생겨 그걸 개선하자는 차원에서 자모회의때 말했는데 그때부터 임원진분들과 틀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느낀 건 '화내서 좋은 건 하나도 없구나!'란 걸 크게 깨달았습니다.

지혜롭게 웃으며 했어도 되는 것을 안좋은 점을 말하다 보니 일이 커졌습니다.

한번도 그렇게 대놓고 불만을 말하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안좋게 그 단체를 나오게 됐는데, 말은 꺼내지 않았지만 저와 같은 마음이었던 자모님들이 한 분 두 분 그곳을 나오게 돼 지금은 몇 명 남지 않게 되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위기에도 맡고 있는 봉사는 제 할 몫을 다 해나갔습니다.

제 할 일을 누구에게 미루거나 한번도 빠진 적이 없습니다.

회계를 맡은 선생님들이 일을 많이 힘들어해 그만두는 일이 많습니다. 아예 아무도 회계를 안 맡고 싶어할 때도 있습니다. 

그렇게되면 그 일까지 대표의 몫이 됩니다. 그래도 묵묵히 다 해나갔습니다.

제가 그 분야에 정리를 잘 하는 특성이 있고, 컴퓨터 작업을 쉽게 하다보니 어려움은 없습니다.  

신앙이 별로 없을 때는 제가 잘나서 이 모든 걸 해내는 줄 알았지만, 이젠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압니다.

하느님께서는 봉사를 잘 해나갈 수 있게 환경 만들어 주시고, 가능하게 해주신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같이 봉사하는 이들은 제가 아이디어가 많다고들 합니다.

그런데, 신기하게 하느님의 일에서는 아이디어가 샘 솟습니다.

하느님께 의탁하고 매달리면 하느님께서는 다 해주십니다.

봉사하면서 많은 체험을 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봉사를 잘 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는 코로나로 인해 어린이미사가 없다보니 장기간을 주일학교 봉사보다 제 옷이 아닌 것 같은 선창 봉사를 하고 있어 주일학교에 대한 열정이 많이 식었습니다. 제가 주일학교에서 봉사하는 줄 모르는 성가대 단장님께서 오셔서 성가대 봉사를 해달라고 요청까지 들어와 정체성에 혼란도 겪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도 커서 초등부에 없기에 열심히 하고자 하는 마음이 들지 않게 됐습니다. 아이가 초등부에 없어도 봉사를 해야 진정으로 봉사하는 것일텐데, 제가 많이 부족함 느낍니다.  

그래서 요즘은 어떻게 해야할 지 고민입니다.

좋은 길로 이끌어주시길 하느님께 기도로 청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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