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9일 금요일
시몬 신부의 사목 연구소 DAY 04
사람들은 참 저를 편안해합니다.
체격이 작고 웃는 얼굴이라 길을 가면 그냥 가지질 않습니다.
길을 물어오는 사람, 부탁하는 사람 등, 그래서 저희 딸은 '아빠랑 다니면 절대 그런 일이 없는데, 엄마랑 다니면 사람들이 꼬인다'라고 표현합니다. '오늘도 꼬였군!' 하며 놀립니다.
요즘은 마스크를 쓰고 다니기에 그런 일이 없어 다행히라고 해야 할까요?
반모임에서는 거의 어르신 분들이 많습니다.
말과 행동을 조금은 조심히 하게 됩니다.
전 구역장님은 저보고 웃는 얼굴이라 좋다면서 말씀하십니다.
저를 좋게 봐 주셔서 감사했지만, 그건 저의 모든 모습이 아닙니다.
반모임이 재밌고, 가면 웃을 일이 많아 그랬던 것입니다.
사람들은 처음에 절 어설프게도 봅니다. 말주변이 없어 더 어설프게 봅니다.
그러나 저와 일이나 봉사를 오래 같이 했거나 친한 사람들은 압니다.
그렇지 않다는 것을요.
제가 맡은 바 책임을 다하고, 하고자 하면 어떻게든 해냅니다.
처음에 배우며 어렵게 느껴지는 것도 예를 들면 스키, 스노우보드를 함께 배운 친구들은 다 중간에 포기를 했지만 어떻게든 끝까지 해내 즐기는 단계까지 갑니다.
승부욕이 강한 제 자신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청년성서모임도 과정을 다 마치고, 받은 사랑을 보답하고자 본당 봉사와 센터 연수 봉사도 했습니다.
복음화학교도 5단계 과정까지 다 마쳤습니다.
주일학교 교사도 필요한 교육은 다 받았고, 사비를 내고 교육을 받기도 했습니다.
신부님께서 교육 받으러 가라고 해서 할 수 없이 아니면 억지로 왔다고 하며 같이 교육을 받는 선생님들이 절 신기해 하기도 했습니다.
과정을 다 마쳐야 또, 다 해내야 마음이 편안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많이 부족하고 신앙이 그에 미치지 못하는데 그 부족함을 성취감으로 채우려고 한 행동이었습니다.
학부모가 돼서는 특히, 출산 후에는 여러모로 제가 했던 일들이 녹슨 줄 알았는데 다행히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승부욕도 그대로 존재했습니다.
아이가 수녀님께서 운영하시는 어린이집을 다녔는데, 그때 운동회에서 평소에 저를 얌전하게 보셨던 수녀님들께서 학부모 달리기 때 제일 앞서 나가는 저를 보시고 그렇게 잘 뛰는 줄 몰랐다고 놀라워하며 말하셨고, 아이가 초등학교 때도 학부모 운동회 달리기에서 제일 먼저 들어온 것을 본 학부모님들이 많이 놀라워했습니다.
학부모님들이 성당 자모분들이 많아 성당에서 봉사하는 모습만 보다 이런 모습에 놀라워 했습니다.
제가 보기보다 행동이 빠릿빠릿하고 성격이 급해 스타트가 빨라서 가능할 수 있었습니다.
얌전해 보이는 모습과는 다르게 활동적인 운동을 좋아해 인라인.스노보드 동호회에 들어 활동했고, 클라이밍도 하고, 스쿠버 다이빙과 태권도.합기도.검도도 했습니다.
직장 다닐 때는 기계를 좋아해 월급으로 컴퓨터나 디지털 관련 신제품을 구입해 체험해보곤 했습니다.
공대를 나왔기도 하고, 평소에 기계를 좋아하다 보니 결혼 전까지 저희 집에 모든 기계는 제 손을 거쳐 갔습니다. 지금은 저보다 기계를 더 잘 다루는 사람과 같이 살다보니 그 분야는 손을 놓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새로운 걸 접하고 기계를 다루는 걸 좋아합니다.
같이 봉사하며 회계를 맡아 친해진 한 선생님은 저보고 딱 공대 스타일이라고 했습니다.
자주 만나고 있는 전 회장단 선생님들도 저보고 그렇게 말합니다.
성당에서 봉사하면서 리더로서 역활을 해야 하다보니 책임감이 많이 필요했습니다.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고, 학부모로 봉사를 뭣 모르고 즐겁게 해 나가다가 여러 가지 안 좋은 점을 보게 됐습니다.
'저러지 말아야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첫영성체 대표 봉사를 맡게 되었습니다.
봉사하면서 그동안 마음에 담고 있는 것들을 개선해 나갔습니다.
회계도 투명하게 했고, 내역은 공개로 돌렸습니다.
그동안 회계는 임원진들만의 세계였는데, 함께 봉사하는 분들이 자세한 내용까지 바로 다 알 수 있도록 내역을 상세히 적고, 모두 공개로 바꿨습니다.
열악한 봉사 환경도 개선해 나가려고 애썼습니다.
노후된 기계들은 선생님들이 교리하기 편하게 새 제품으로 바꿨습니다.
교사 복지를 우선으로 생각하며, 선생님들이 즐겁고 기쁘게 봉사할 분위기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절 리더로서 어설프게 본 선생님들도 나중엔 그 시선이 다르게 느껴졌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만큼 봉사에서는 제 할 몫을 성실히 다 해 나갔습니다.
결석을 하거나 제 할 일을 누구에게 미룬 적이 없습니다.
회계를 맡은 선생님들이 일을 많이 힘들어해 그만두는 일이 많습니다. 아예 아무도 회계를 안 맡고 싶어할 때도 있습니다.
그렇게되면 그 일까지 대표의 몫이 됩니다. 그래도 묵묵히 다 해 나갔습니다.
제가 그 분야에 정리를 잘 하는 특성이 있고, 컴퓨터 작업을 쉽게 하다보니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힘들다고 회계를 그만 둔 선생님들이 더이상 힘들다는 말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와서 보니 그렇게 한 게 잘한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신앙이 피부로 와닿지 않을 때는 제가 잘나서 이 모든 걸 해내는 줄 알았습니다.
이젠 그게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압니다.
제가 챙기지 못하고 부족한 것은 늘 옆에서 챙겨 주시는 분이 있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 하느님께서 도와 주시고 계심을 느낍니다.
하느님께 의탁하고 매달리면 하느님께서는 다 해주셨습니다.
봉사하면서 많은 체험을 하게 됐습니다.
하느님께서 도와주시고, 함께 해 주시며 봉사를 잘 해 나갈 수 있게 환경 만들어 주시고, 가능하게 해 주셨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봉사할 수 있음을 느낍니다.
이 모든 걸 해 주신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립니다♥
제 교사 성구는 '내 영혼아, 주님을 찬미하여라. 그분께서 해 주신 일 하나도 잊지 마라. (시편 103,2)' 입니다.
외유내강 자매님이셨군요ㅎㅎ
답글삭제선생님이랑 주일 학교하는 선생님들은 든든하시겟어요~
나눔글 잘 읽었습니다!
스테파노 형제님, 말씀 감사해요^^
삭제매일 형제님께서 올려 주신 이미지 샘들에게 공유해 드리고 있어 형제님께 늘 고마운 마음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