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8월 18일 금요일

연중 제19주간 금요일

 연중 제19주간 금요일
 
어제는 구요비 욥 주교님의 서품식이 있었습니다. 주교님께서는 ‘나를 따르라.’라는 성서의 말씀을 주교님의 사목표어로 정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갈릴래아 호숫가에서 고기를 잡던 어부들을 제자로 부르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사람 낚는 어부’가 되게 해 주겠다고 하시면서 ‘나를 따르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구요비 주교님께서는 무엇보다 예수님의 가르침과 말씀을 따르겠다는 의미로 사목표어를 ‘나를 따르라.’로 정하셨습니다. 이는 세례를 받은 모든 신앙인들이 걸어가야 할 길이기도 합니다. 주님께서 걸어가신 길을 충실히 따라갈 수 있도록 주교님을 위해서 기도하면 좋겠습니다.
저는 보름동안 선교 사제를 방문하고, 선교 체험을 하는 신학생들을 만나고 왔습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잘 적응하는 신학생들을 보니 반갑고, 대견하였습니다. 아르헨티나에서 신학생들은 먼저 4개월 동안 주교님과 함께 지내면서 어학연수를 하였습니다. 주교님으로부터 영적인 도움을 받았고, 2개월 동안 현지 본당에서 본당 사목을 도와 드렸습니다. 먼저 기본을 다지고 현지로 파견을 나갔습니다. 모판에서 싹을 틔운 다음 논으로 벼를 옮겨 심는 것 같았습니다.
페루에서 신학생들은 별도의 어학연수를 가지지 않고, 현지의 본당과 가정으로 파견 되었습니다. 신학생들은 따로 문법을 배우지는 않았지만 마치 어린아이가 말을 배우듯이 조금씩 적응하였다고 합니다. 보육원의 아이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쳐 주었고, 급식소에서 밥을 나누어 주었다고 합니다. 비록 말이 편하지는 않았지만 마음은 전해졌고, 떠나는 날에는 아이들도, 신학생들도 헤어짐이 못내 아쉬워서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저는 신학생들의 모습을 보면서 2가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하느님의 뜻을 이루신다는 것입니다. 하느님께로 가는 길은 꼭 한 가지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말을 배우는 것은 방법과 이론도 중요하지만 열정과 갈망이 있어야한다는 것입니다. 열정과 갈망이 없으면 좋은 환경에서도 열매를 맺기 어렵습니다. 열정과 갈망이 있으면 거친 사막에서도 꽃이 피기 마련입니다. 격려와 위로를 주기 위해 떠난 여정이지만 열정과 갈망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여정이었습니다.
가끔 이런 질문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신부님은 왜 결혼을 하지 않습니까?” 독신생활의 참된 이유는 한마디로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 때문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스스로 독신으로 사셨고 우리를 위해 당신을 온전히 내놓으신 주님을 갈림 없는 마음으로 따르기 위한 것입니다. 사제가 독신으로 살기 때문에 사목활동을 효과적으로 수행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은 독신생활에서 따라오는 부수적인 결과이지 목적은 아닐 것입니다. 사제나 수도자들의 독신은 예수 그리스도와의 인격적인 관계에서 그 근거를 두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어떤 관계가 예수 그리스도와의 인격적인 관계입니까! 예수님은 나를 따르려면 이렇게 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첫째, 혈연관계보다 예수님을 더 따라야 한다고 합니다. 단순히 독신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주님의 뜻과 가르침을 먼저 생각하고 따라야 한다고 이야기하십니다.
둘째, 자기 십자가를 지고 따를 마음의 준비가 되어야 한다고 하십니다. 지배하고 소유하려고 한다면 독신으로 사는 것이 아무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남을 탓하고 원망하는 삶의 자세를 버려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셋째, 자기가 가진 것을 모두 버릴 수 있는 무소유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하십니다. 주위를 돌아보면 버리지 못하는 것들이 참 많습니다. 1년이 지나도록 한번 입지 않는 옷도 있습니다. 몇 년 째 듣지 않는 음반도 있습니다. 필요하지 않은 것들도 포기하지 못하는데 주님을 위해서 정말 필요한 것을 버릴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여행을 가면 따로 방을 마련해 주시는 교우들의 배려에 대해서 당연하다고 생각한 적이 많습니다. 음식을 먹을 때 다른 분들은 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사제라는 이유로 음식을 갖다 줄 때 감사하는 마음보다는 그런가보다 하고 생각한 적이 많습니다. 자가용으로 모시러 오고, 모셔다 드려야 한다고 하는 말씀을 듣고 아니라고 지하철 타고 버스타고 간다고 말한 적은 거의 없습니다. 독신으로 사는 것은 필요에 의한 것일 뿐입니다.
그리스도와 일치하고, 그리스도의 뒤를 따르는 삶을 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혼인을 하여 가정을 이루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느님의 뜻, 하느님의 사랑을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조재형 2017-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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