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 12일 화요일

겸손한 신원의식

연중 제23주간 화요일

루카 6,12-19

 

겸손한 신원의식

 

공생활을 막 시작하신 예수님에게 있어 다른 무엇에 앞서 시급한 일이 한 가지 있었는데, 당신이 시작하시려는 인류 구원 사업의 협조자들을 선출하는 일이었습니다.

예수님께 그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이었던지 산으로 들어가신 다음 꼬박 밤을 새우시며 철야기도를 하신 다음 비로소 인선의 가닥을 잡으셨습니다.

사도(使徒)란 말마디 그대로 ‘누군가로부터 특별한 임무를 부여받고 파견되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사도들에게 임무를 부여하신 분, 그리고 세상으로 파견하신 분은 당연히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사실 사도들은 예수님으로부터 보냄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사도들은 자신의 힘과 권위로 일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명에 따라, 그분의 힘과 권위에 의지해서 일하는 것이지 스스로는 아무 것도 아닙니다.

사도들은 군주가 아니라 사절이며 손이 아니라 연장인 것입니다.

그래서 사도들에게 있어 주도권을 쥐신 분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 한분뿐이시며 나는 그저 그분의 작은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겸손한 신원의식이 절대적으로 요구됩니다.

오늘날 우리 교회를 바라봅니다.

참 많은 반성과 자기 성찰이 필요합니다.

교회의 주인은 하느님이십니다.

성전의 영원한 주인공은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런 반면 교회 안에서 일하는 사목자는 잠시 교회를 관리하면서 하느님의 백성을 지극정성으로 섬기라고 이 땅에 ‘보냄 받은’ 사람이지

결코 주인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오늘날 우리 사목자에게 요구되는 가장 기본적인 덕목은 겸손의 덕입니다.

‘저는 원래 참으로 부족하고 나약한 존재, 정말이지 아무 것도 아닌 작은 존재였습니다.

그런데 하느님께서 제게 크신 자비를 베푸셔서 이렇게 나약한 저를 당신 사도로 뽑아주셨습니다.

저는 혼자서 아무것도 할 수도 없고 해서는 안 되는 ‘파견된’ 자로서 오직 주님의 뜻대로, 그분의 계획에 따라 움직여야 할 사람입니다.

제 모든 사고방식, 행동 지침은 군림이 아니라 섬김이며 권위가 아니라 사랑입니다.’ 라는 자의식이 필요합니다.

당신의 이 세상 도래로 인해 오랜 구약 시대는 막을 내리고 새로운 시대, 신약 시대를 활짝 열렸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구약의 열두 지파를 무대에서 모두 내리시고 12사도들을 신약시대의 새로운 조상들로 내세우셨습니다.

12사도로 새롭게 구성된 하느님의 백성은 이제 더 이상 종족이나 혈육, 민족이나 국가를 중심으로 한 일치가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한 초자연적이고 영적인 일치를 이룹니다.

 

야곱의 12명 아들 대신 이제 예수님의 12사도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된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바위, 교회의 초석이 된 시몬 베드로, 그리스도의 향기였던 안드레아, 첫 번째 피의 증거자 야고보, 위대한 신비가이자 영혼의 증거자 요한, 충실했던 필립보와 거짓이 없었던 바르톨로메오, 과거를 말끔히 청산한 마태오와 점차 신앙을 키워간 토마, 성실했던 야고보와 열정이 대단했던 열혈당원 시몬, 말씀의 증거자 유다와 그리고 마침내 배반자 유다 이스카리옷... 열두 사도의 전반적인 인선을 분석해볼 때 가방끈이 길거나 엘리트 계층의 사람들로만 이루어진 것도 아니었고, 동시에 극빈층 출신도 아니었습니다.

대체로 당시 사회에서 중류 계층에 속하는 사람들이 주류를 이루었습니다.

그러나 직업분야를 고찰해보면 철저하게도 서로 다른 분야, 다른 성향의 인물들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서로 다름에도 불구하고 사도 공동체의 단합은 견고했습니다.

그 이유는 새로운 계약이 사도 공동체 안에서 실현되고 있었고, 공동체의 중심에 언제나 파견시키는 분이자 든든한 주인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현존하고 계셨기 때문입니다.

 

-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댓글 없음:

댓글 쓰기